지구 끝의 온실

2025. 2. 1. 16:17Book Story/a book

 

 BOOK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한줄所感 

 변하지 않고 버텨 낸 사람들로 인해 다시 맞이한 종말 이후의 세계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지구가 멸망하는 것보다, 멸망이 휩쓸고 간, 혹은 멸망이 다가오기 직전의 지구에서 소수의 생존자가 되는 일이다.

 

멸망이 휩쓸고 간 지구는 살아남기 힘든 곳일 테다. 이를테면 청명한 하늘도 없을 것이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을 것이며,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을 것이며, 다치면 치료받지 못한 채 아픔에 몸부림치는 게 최선일 것이다. 이런 곳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다면, 그건 정말로 행운이라 부를 수 있을까?

 

책 <지구 끝의 온실>은 지구의 멸망기라고 불리던 시대를 이겨낸 후대의 시선에서 전하는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더스트 시대'라 불리는 시절의 처음과 끝을 듣기 위해선 이미 그 당시가 다 지나간 다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할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적군이 쏜 총알이 엉덩이 밑에 박혀버렸던 거지"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전쟁을 겪지 않은 나로서는 '그런 일이 진짜로 있었다고요?'라고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

 

사람의 가장 상위 욕구가 '생존'으로 올라오게 되면, 그 외의 것들에 무감해질 수밖에 없다. 빼앗지 않으면 뺏기는 시대에 배려, 도움 등의 감각은 오히려 생존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상황들이 그러했다. 대부분은. 그중 일부는 애써 누르던 감각을 조심스레 꺼내놓기도 했다. 멸망의 시대에도 버리지 않았던 감각 덕분에 사람들이 모이고, 조금이나마 서로를 돕고, (그 와중에 다시 배신하고)를 반복하며 인류는 '더스트 시대'라 불리는 지구멸망기를 넘어선다.

 

나는 왜 멸망이 휩쓸고 간, 혹은 멸망이 다가오기 직전의 지구에서 소수의 생존자가 되는 게 무서운 걸까?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생각해 보면 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두려운 것 같다.

 

시대는 결국 본질적인 것은 변하지 않은 채 버텨낸 사람들로 인해 돌고, 돌아 다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나 역시 절망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변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다 못해 그 상황을 악착같이 버텨 낼 자신이 있나?

 

아직은 양쪽 다 자신 없는 쪽에 가깝나니, 지구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쪽에 힘을 더 실어보기로 했다. 행복하자, 지구야.

 


 

무감하다

관심이나 감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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