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2025. 5. 1. 21:00Book Story/a book

 


 BOOK 

 도가니 

 공지영 


 

 한줄所感

 이걸 낸다고 해서 뭐가 나쁘지? 

 눈 한번 감고 그 돈을 낸다면 선물이 너무 많아. 

 


도저히 영상으로 볼 자신이 없어, 책이 나오고, 영화가 나오고도 한참 뒤인 지금이 되어서야 읽어보게 된 책이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해서 씩씩거리며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가 있었다. 억울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이 상황에 대해서 상대에게 말하고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소리쳤다. 엉엉 우는 나를 지켜보며 아빠, 엄마는 말하셨다.

 

- 아빠 : 꼭 말을 해야겠어?

- 나 : 그럼 가만히 있어요? 억울한 건 억울하다고 해야죠!

- 아빠 : 말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을 것 같니?

- 나 : 안 말하면 바뀔 여지조차 없는 거잖아요!

- 아빠 : (엄마를 쳐다보며) 말하게 놔둬도 될까?

- 엄마 : 지 하고 싶은 대로 놔 둬요. 말린다고 들을 앤가. 그리고 저것도 힘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는 거잖아요. 저 때 아니면 언제 저렇게 들이박아 보겠어.

- 아빠 : 역시 그렇지? 화도 힘이 있어야 내는 거니까.

- 엄마 : (나를 쳐다보며)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 나 : 진짜 다 말할 거라고요!

 

당연한 결과겠지만 산산조각난 건 역시 나였다.

 

당시에는 나를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는데, 지금 돌아보니 부모님은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셨던 것 같다. 이제 그때 가졌던 앙금과 억울함은 희미해졌고, 대신 부모님이 나를 보며 하던 말만 마음에 남아 있다. 화도 힘이 있어야 내는 거라는 말. 화내는 것도 한 때라며 깔깔 웃던 부모님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이제 나는 화를 낼 힘이 없다. 화를 내는데 쏟을 체력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최대한 모른척 하고 피하는 것을 택하고 싶은 요즘이다.

 

그래서 강인호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벌어진 피해가 아니기에 모른척 하고자 한다면 모른 척할 수 있는 상황, 사실 남들도 암암리에 다 하고 있기에 나도 눈 한 번 꾹 감고 똑같이 해버리면 선물이 떨어지는 상황.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나에게 벌어진 일은 아니니까', '흐린 눈 하면 나에게 올 피해는 아니니까'라는 이유로 나는 지금도 많은 일들이 나에게 벌어질 불행이 아니라 생각하며 지나쳐도 되는 걸까?

 

이 작품의 제목인 '도가니'라는 단어가 선택된 이유는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벌어지는 '광란의 도가니' 같아서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해외판 영어 제목은 silenced, '침묵된, 침묵 당한'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방 안의 코끼리를 무시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걸까?

 

사람에게 닥치는 행운, 그리고 불행은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사고처럼 발생할 때가 많다. 결국 내가 흐린 눈 하며 지나친 일들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제 파란약은 그만 끊고, 빨간약을 먹어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도가니

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열광의 도가니)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다.

'Book Story > a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도에 관하여  (1) 2025.05.09
언러키스타트업  (0) 2025.05.05
사모님! 청소하러 왔습니다  (0) 2025.04.23
비행운  (0) 2025.04.15
스즈메의 문단속  (0)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