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8. 20:00ㆍBook Story/a book

BOOK
로라미용실
박성신
한줄所感
법으로 정한 공소기간이 끝나면 죄도 사라지는 걸까?
고통받는 사람은 있는데, 왜 죄는 없어지는 걸까?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 이런 말을 한다. "생각해 보면 끔찍하지 않니? 내 세상이 온통 너라는 게".
피해자가 겪는 가장 끔찍한 고통은 가장 생각하기 싫은 사람과 순간을 쉽게 잊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독한 짝사랑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는데, 나의 모든 신경은 상대에게 쏠려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힘들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을 길게 늘여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저장해 둔다고 했다.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함은 어떻게 생각하여도 참 지독한 듯하다.
책 <로라미용실>은 다양한 데이트 폭력 사례를 옵니버스식 이야기로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한 남자에게 죽음을 당하는 순간을 목격한 찬서가 있다. 찬서는 다행히 잘 자라 형사가 되었지만, 형사가 되어 수많은 범죄자들을 잡는 성인이 되는 시간 동안에도 어린 시절싀 기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아마 벗어날 수 없는 기억이라는 점이 더 정확할 테다.
이전에 피해자가 입은 피해 방식을 활용해 가해자에게 똑같이 복수해 주는 책 <촉법소년>을 읽은 적이 있다. <촉법소년>도 그렇고, <로라미용실>도 그렇고, 책 속에 나오는 피해자들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다르게 강력한 복수를 해낸다. 이런 장면을 보았다면 책을 덮은 후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할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씁쓸함이 크게 남았다.
독자나 시청자가 이야기를 보다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순간은 주인공이 역경과 고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이겨내는 순간을 마주할 때이다. 그런 면에서 책 <촉법소션>과 <로라미용실>은 모두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가해쟈에게 복수를 성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을 보았음에도 독자 입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커녕 씁쓸함을 느꼈던 이유는, 복수의 성공이 사실 피해자가 겪던 고통의 사슬을 끊어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책 <도가니>에서 처럼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고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더욱 끔찍하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면, 피해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에서 벗어나 평안을 찾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는 나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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