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6. 20:00ㆍBook Story/a book

BOOK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산책
김윤영
한줄所感
가난이 죄가 되는 부동산 세상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자주 떠올리는 곳은 대학교 밑에 있던 분식집들이다.
산 중턱에 있던 대학교를 가기 위해선 평지에서 꼭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물론 걸어가려면 걸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99% 학생들은 셔틀버스를 탔고, 셔틀버스가 끊길 때면 삼삼오오 돈을 모아 택시를 탔다. 가끔 주말에 대학교 안을 걷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은 십중팔구 대학교 근처에 사시는 5060 분들이셨다. 그분들은 등산복을 입고, 등산용 막대를 양손에 들고 계셨다.
대학교 셔틀버스를 타는 곳 옆에 4군데의 분식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곳의 분식집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먹으면 배탈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선배들의 말에 겁이 났던 나는 그 분식집에서 단 한 번도 음식을 사 먹지 않았다. 이런 나와 달리, '그래도 거기 맛있어' 하면서 사 먹는 학생들도 당연히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분식집에는 늘 사람들이 있는 편이었다.
분식집이 있던 곳에 아파트가 세워질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말이 나온 후 1년이 지나도 아파트가 들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으레 부동산과 관련된 가짜소문 정도로 치부하며 흘려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분식집들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분식집이 없어진 자리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약 신청이 떴다. 당연히 나도 넣었다. 지하철역 앞,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누구나 알 법한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이 내 욕구를 자극했다. 나는 청약에 당첨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후, 나는 가끔 삐까번쩍한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때의 분식집을 떠올린다. 분식집 사장님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셨다. 분식집 사장님들은 저 아파트에 들어갔을까. 그래서 딱 봐도 참 오래 운영된 것 같은 분식집을 닫기로 결정하신 걸까. 여전히 궁금할 뿐이다.
부산은 젊은이들의 유출이 늘 화두인 곳이다. 살 사람은 없는데 아파트는 왜 이렇게 짓느냐고 손가락질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부산에 내 집이 없다. 사람이 많이 사는 서울에서의 집 문제는 부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수 없을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말을 볼 때, 참 슬펐다. 말로만 보는데도 묘한 체념감이 느껴져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새롭게 차지한 사람들은 쫓겨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걸 나는 무엇보다 내 자신의 무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 위태로울 때 바로 옆 내 삶은 그토록 평온했다는 것이 두렵다. 타인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평화는 가짜일 텐데. 이 평화를 의심 없이 즐겼던 시간은 진짜로 달콤했기 때문이다."
"개발 호재와 시세 차익을 부르짖는 이들은 그 '차익'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묻지 않는다. 그것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지불한 돈만으로 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헐값에 자기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 생계를 잃은 사람들, 정주할 권리를 빼앗긴 이들의 삶이 모여 이런 이득을 구성한다."
"쫓겨난 날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높은 건물 꼭대기만 보이는 거야. 저 많은 건물 중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겠지.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 건물들이 날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아."
"하늘로 올라가는 게 용역들하고 부딪히지 않고 빨리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동산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토지나 건물, 수목 따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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